박찬운 교수 “최순실 게이트, 의혹 아니라 사실로 간주해야”
:2016-10-20 / 한겨레 신문
- 페이스북서 ‘의제자백’ 개념 이용해 조목조목 문제점 지적
박찬운 한양대 교수
박 교수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올린 글에서 법률 용어인 ‘의제자백’ 개념에 대한 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저 공부나 했으면 좋겠습니다만 도저히 말하지 않고서는 책장을 넘길 수가 없다”며 “의제자백은 소송상 용어인데 당사자가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명백히 다투지 아니할 때 자백으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법률가 입장에서 요즘 돌아가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이제 사태는 임계점을 넘어 의제자백론을 적용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메가톤급 의혹사건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야권과 언론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은, 최순실이 청와대를 등에 업고 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의 삥을 뜯어 미르와 K스포츠재단을 만든 다음 사유화했다는 것”이라며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독일에서 승마훈련을 받는데 방 20개가 달린 호텔 전체를 얻어서 사용하고 재단 직원 10여명이 수행했다고 한다. 가히 국가원수급 예우”라고 했다. 박 교수는 또 “이화여대의 입학과 학사관리는 온통 의혹 덩어리”라며 “이대에 들어올 수 없는 친구가 들어왔고, 출석도 하지 않고, 시험도 보지 않고, 과제도 제대로 내지 않은 학생에게 학점을 주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게 만일 다 사실이라면 그것은 부당행위를 넘어 범죄행위이고 그 책임은 종국적으로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은 그 직을 유지할 수 없다. 내려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런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면 대통령을 포함해 관련자들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대통령으로선 사활이 걸린 문제가 아닌가”라며 “하지만 청와대는 간간이 사실무근이라는 말만 할 뿐 어떤 유의미한 해명도 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 정도면 게임은 끝난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이제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확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관련자에 대해 책임을 묻는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서 결국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며 “내년 대선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선거만으론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리꾼들은 박 교수의 의견에 지지하는 댓글을 연이어 게재했다. “구구절절 옳은 얘기”, “선거만으로는 이런 정치 현실이 바뀌질 않는다, 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하고, 만일 이게 입장 바꿔서 진보 정권에서 일어났으면 골백번도 더 탄핵당했을 일인데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새누리당 지지자들에게 묻고 싶다”, “꼼짝 못 할 지적” 등의 반응이 나왔다. 연구년으로 외국에 거주 중인 박 교수는 <한겨레>와의 페이스북 메시지 대화에서 “순수법학적 관점의 이야기는 아니고, 민사법 용어인 의제자백 개념으로 법학에 빗대어 얘기한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 의제자백을 적용하면 정치적으로는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이 사건은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해명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으론 자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은 즉각 수사를 하고,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해야 하며, 정치권은 그에 따라 헌법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하는 박찬운 교수 페이스북 글 전문
이제 의제자백을 적용할 때다.
(오늘은 현안문제에 대해 한마디 합니다. 그저 공부나 했으면 좋겠습니다만 도저히 말하지 않고서는 책장을 넘길 수가 없습니다.)
의제자백이란 말이 있다. 소송상 용어인데 당사자가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명백히 다투지 아니할 때 자백으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소송의 원칙은 당사자 일방이 법률상 중요한 주장을 하면 상대방은 이에 대해 적절히 답변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해진 기간 내에 답변을 하지 않거나 변론기일에 참석도 하지 않으면 법원은 의제자백으로 간주하고 심리를 종결한다.
법률가 입장에서 요즘 돌아가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이제 사태는 임계점을 넘어 의제자백론을 적용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메가톤급 의혹사건이 아닌가.
지금 야권과 언론은 연일 최순실이라는 대통령의 최측근(수족이 아닌 오장육부라고 함)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순실이 청와대를 등에 업고 기업들로부터 수백 억 원의 삥을 뜯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만든 다음 사유화했다는 것이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독일에서 승마훈련을 받는데 방 20개가 달린 호텔 전체를 얻어서 사용하고 재단 직원 10여명이 수행했다고 한다. 가히 국가원수급 예우다. 이화여대의 입학과 학사관리는 온통 의혹 덩어리다. 이대에 들어올 수 없는 친구가 들어왔고, 출석도 하지 않고, 시험도 보지 않고, 과제도 제대로 내지 않은 학생에게 학점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런 게 만일 다 사실이라면 그것은 부당행위를 넘어 범죄행위이고 그 책임은 종국적으로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그 직을 유지할 수 없다. 내려와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면 대통령을 포함해 관련자들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대통령으로선 사활이 걸린 문제가 아닌가. 모든 법적 절차를 동원해서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 의혹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대통령을 괴롭힌 의혹 제기자들에겐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게 정상이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럼에도 말이 없다. 청와대는 간간이 사실무근이라는 말만 할 뿐 어떤 유의미한 해명도 하지 않았다. 묵묵부답이다. 국회에선 야당이 최순실을 포함해 의혹의 핵심들을 불러 진상을 알아보자고 하는 데도 여당은 막무가내로 반대한다. 당사자인 최순실과 그 하수인 격인 차은택이란 친구는 지금 어디에 숨었는지 그 행방마저 묘연하다. 민족사학 이대 총장은 무엇이 그리 찔리는 게 있는지 국회엔 결코 나오지 않을 모양이다. 돈을 걷는데 집사역할을 한 전경련 부회장 이승철은 어디서 코치를 받았는지 국회에 나와선 수사 중이니 할 말이 없다는 말만 하고 돌아갔다.
상황이 이 정도면 게임은 끝난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이제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확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련자 모두가 사실상 자백한 거나 마찬가지다. 의제자백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관련자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 사건에 관련된 모든 사람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것을 위해 국가기관이 움직여야 한다. 검찰은 당장 수사를 해 관련자를 사법처리해야 한다. 국회는 헌법에 따른 책임을 대통령에게 물어야 한다.
만일 이런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서 결국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 내년 대선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선거만으론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훈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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