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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좋다

참언론인 - 손석희

by 싯딤 2015. 1. 7.

 

시대의 참 언론인, 손석희

 

 

손석희(孫石熙, 1956 )

언론인. 서울출생, 휘문고, 국민대, 미네소타 대학원 졸업.

1984부터 2006년까지 MBC에 재직하면서 앵커, 보도국 기자, 아나운서국 국장을 역임했다.

1992 MBC노조파업 당시 주동자로 구속되었고, 2006 MBC에서 물러난 후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를 지냈다.

2000부터 13년간 MBC 라디오 '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면서 깊이있는 뉴스 전달로 청취자의 신뢰를 받았다.

2013 5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부임, 간판 뉴스 앵커를 맡아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세월호 참사 보도 등을 객관성 있게 전달하였다.

그는 ‘합리적인 시민사회의 대변자’로서 언론의 책임을 강조하며, 그러기위해서는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교과서에 나오는 정론의 저널리즘을 실천하겠다'고 말한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 '가장 인도주의적인 사안에서조차 사회가 양극으로 갈라지고, 정치권과 언론이 그걸 이용하고 심지어 조장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극단주의가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게임의 법칙이 지배하는 듯하다. 극단을 도구로 한 이익 추구를 배격하려 했다' 고 말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참 언론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언론인으로서 정도를 걸으며 국민의 시각으로 정부 정책을 분석 비판해왔다. 그는 참지식인이며 학문의 깊이도 깊으면서 인격적으로 겸손하다. 그래서 그를 대하는 사람들은 그에게서 친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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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2014년 3월호

  손석희표 뉴스를 묻다

 

손석희표 뉴스를 묻다 이미지 1

포털 사이트 생중계와 팟캐스트 서비스 등 온라인 중계로 JTBC ‘뉴스9’을 보고 들은 누적 인원수가 1000만을 돌파했단다.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이 앵커 자리에 앉은 지 넉 달. 손석희 효과라는 말이 생겨났다.

손석희 앵커를 만난 날은 봄이 오기 직전 마지막 눈발인 듯 보이는 진눈깨비가 보기 좋게 흩날렸다. 사장실은 JTBC 1층 보도본부 안에 있었다. 원래는 3층이 임원실 자리인데 그가 1층을 고집했다고 한다. 기자들 옆에 가까이 있고 싶다는 이유였다. 널찍한 사무실 안은 소탈했다. 책장 한쪽에 흑백의 부모님 사진과 가족사진, 그가 ‘시선집중’을 끝냈을 때 팬들로부터 받은 감사패 등이 눈에 띄었다.

사진 촬영부터 하기로 하고 자리를 옮겼다. 검은색 폴라 위에 회색 조끼와 JTBC 로고가 새겨진 후드 카디건을 겹쳐 입은 모습이 나이를 무색하게 했다. 회색 조끼는 JTBC 노동조합 조끼란다. 비서가 “정장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옷장에서 체크무늬 재킷을 꺼내든다. 그것도 “20년 된 옷”이라는 게 손앵커의 말이다. 평소에도 소탈하고 수수한 옷차림을 즐기는 그다.

그는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터뷰를 통해 딱히 할 말이 없어서”라고 했다. 사진 촬영 역시 무척이나 힘들어했다. 사진 촬영 장소까지 함께 온 직원들에게 “쑥스럽다. 쳐다보지 말라”고 할 정도로 어색해했다.

우리 뉴스의 모델은 감시견이다

 

수년간 각종 설문 조사에서 언론인 신뢰도 1위, 공신력 1위 자리를 지켜온 손앵커가 JTBC에 합류한 지 근 10개월이다. JTBC ‘뉴스9’의 메인 앵커를 맡아 14년 만에 앵커석에 다시 앉은 지도 넉 달이 흘렀다. 그가 전면에 나선 ‘뉴스9’의 선전은 놀랍다. 강한 야성을 회복하며 숱한 특종을 쏟아냈다. ‘할 말은 하는 뉴스’ ‘전 방위적으로 비판적인 뉴스’라는 인식과 함께 방송사의 브랜드 이미지마저 바꾸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잡화점식 나열 보도라는 기존의 방송 뉴스 스타일 대신 취사 선택에 심층성을 더했다.

특히 방송 전문가들은 우리 방송 사상 최초로 본격 앵커 시스템을 선보인 데 주목한다. CBS의 월터 크롱카이트와 댄 래더, ABC의 피터 제닝스 등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선보인 앵커 시스템 말이다. 이는 앵커가 개별 리포트들을 연결시켜주는 캐스터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편집·인사권을 가지며 뉴스 전체를 총괄하는 시스템이다. 앵커가 선명한 뉴스 철학과 개인적 이미지를 갖고, 말 그대로 ‘손석희표’ ‘손석희호’ 뉴스를 선보이는 것이다. 즉 앵커가 전방위적으로 이슈를 꿰고, 현장 연결·전문가 인터뷰 등에서 민첩한 상황 대처 능력을 갖고 있어야 가능한 시스템이다. 우선 그에게 4개월여 ‘뉴스9’을 진행한 소감부터 물었다. “벌써 한 10년 쯤 한 것 같다. 그만큼 치열했다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방송을 시작하며 ‘사실・공정・균형・품위’를 표방했는데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나
우리 입장에서는 잘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보지 않는 쪽도 있는 것 같다.

JTBC 뉴스가 ‘심층성·깊이·정공법’을 추구하다 보니 재미나 완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 우리 뉴스를 늘 보는 분들은 뉴스가 너무 재미있다고들 하시던데(웃음). 대부분의 종합 뉴스는 각각의 리포트가 마치 캔 음식처럼 일률적으로 포장돼서 던져진다. 캔 중에는 달달한 후식도 있고…. 우리 뉴스는 그에 비하면 직접 끓이기도 하고, 썰기도 하고, 대접이나 사발에 담기도 하는 음식이다. 지상파 뉴스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뉴스가 몸에 더 좋은 음식이라고 믿고 우리 방식대로 가보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관련 보도로 방송통신심의 위원회로부터 징계도 받았다(JTBC ‘뉴스9’은 지난해 말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와 관련해 통합진보당 측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내보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 문제를 굳이 말하자면 그날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 해산 청구가 있었던 날이고 그것이 가장 큰 뉴스였다. 당사자인 통합진보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저널리즘으로서는 당연히 궁금해야 했다. 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뉴스 가치의 문제였다. CNN은 심지어 전쟁 중에도 필요하면 적국의 수장과도 인터뷰한다.

JTBC 뉴스의 변화에 대해선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편에서는 진보 쪽에 치우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뉴스를 그런 프레임에 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정론의 저널리즘을 실천하려고 할 뿐이다.

그 정론의 저널리즘에 대한 기준은 정확히 어떤 것인가
우리 모토는 건강한 시민 사회의 편에 서자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건강한 시민 사회란 극단적이 아닌 합리적 사고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집단을 말한다. 그를 위해 언론이 전통적으로 가장 이상으로 삼는 모델이 ‘감시견’(Watchdog) 역할 아닌가. 그런데 이 감시견 모델은 원래 자유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주의 체제에서 나온 것이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자본주의 시장과 민주 정치 체제를 지키자는 것이지 공격하자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그러니 여기서 좌우 프레임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문제를 지적해서 공감대를 이루도록 하고, 그래서 정부나 기업이나 시민 사회가 건강해지도록 언론이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보수 쪽에서도 환영할 일 아닌가.

대기업 비판 등 보도의 자율성은 잘 지켜지고 있는가
대기업이든 누구든 보도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보도할 뿐이다. 삼성 노조 무력화 문건을 단독 보도했을 때 별의별 음모론적 분석들이 다 나왔지만 전부 틀린 얘기다. 우리가 이 문제를 보도하는 것이 화제가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이런 문제에 대해 우리의 태도는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쿨하다. 대개 그렇게 음모론이 나오는 경우는 자신들의 판단 기준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을 때인 것 같다.

정부 관련 보도도 같은 입장인가
그렇다. 국가 기관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이 문제에 집중했고 단독 보도도 많이 해서 상까지 받았다. 기자들이 정말 열심히 뛰었다. 정부가 미워서? 아니다. 우리 뉴스는 아까도 말했듯이 시장의 가치와 민주 정치의 가치를 믿을 뿐이다. 정부든 대기업이든 그러한 가치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고, 과거・현재・미래의 정부와 기업이 이러한 가치를 지켜달라는 건강한 시민사회의 외침을 전하는 것뿐이다. 이것을 좌우 개념으로 나눠서 몰아가는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이익이 생기는 쪽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회사 내, 호칭은 ‘손 선배’, ‘치맥’ 미팅 즐기며 기자들과 스킨십

 

손석희표 뉴스를 묻다 이미지 2

앵커로서 갖는 엄격한 이미지와 달리 그는 후배들에게 격의 없는 선배다. 사장이라는 호칭을 쓰지 말아달라는 그의 뜻에 따라 JTBC의 모든 기자는 연차에 상관없이 그를 ‘손 선배’라고 부른단다. 그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뉴스9’이 자리 잡기까지 애써준 후배들의 공을 여러 차례 치하하고 격려했다.

같이 일하는 기자들은 손 앵커의 방식에 잘 적응하나
우리 기자들은 최고다. 립 서비스가 아니라 진심이다. 밖에는 나만 부각되곤 하는데 우리 기자들의 열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단독 취재가 부쩍 늘었고, 생방송 리포팅도 어느 방송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럴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다수 기자가 생방송 리포팅을 전부 외워서 한다. 잘해보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다가 실수하는 건 흉볼 일이 아니다. 내가 기자가 출연할 때 미리 약속하고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취재량도 엄청 늘었다.

기자들과의 스킨십은 어떤가. 스스럼없이 대해도 사장은 사장인데
그거야말로 본인들 마음속에 들어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일단은 사장이란 호칭은 쓰지 말라고 했다. 엊그제 들어온 신참 기자도 손 선배라고 부른다. 2주에 한 번씩은 점심과 심야에 시간이 되는 기자들과 미팅을 갖는다. 낮에 하면 샌드위치 미팅, 밤에 하면 ‘치맥’ 미팅이다. 우리 뉴스에 대해 토론도 하고 제안도 듣는다. 아마도 모든 언론사 중에 이런 미팅은 우리만 할 거다.

부장들과의 편집 회의 모습은 어떤가
우리 편집 회의 시간은 다른 언론사보다 두세 배쯤 길다. 모두 자유롭게, 때로는 치열하게 토론한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내가 회의에서 사장으로 행세한 적이 없다. 그리고 이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1차 편집 책임자인 보도총괄 겸 국장이다. 그는 매우 뛰어난 저널리스트이고 내가 배울 점이 많다.

외부 반응을 보니 손 앵커가 물러나면 어쩔 것이냐는 말이 많던데
나도 언젠가는 물러난다. 그때까지 매일 뉴스 클로징에서 하는 말처럼 최선을 다할 거다. 그런데 그 주체를 늘 ‘저희 JTBC 기자들은’이라고 붙인다. 나만 노력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노력하고 있다. 그 이상의 대답이 있을까 싶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영입설이 나왔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직접 나서서 사적인 만남이었다고 부정하기도 했는데
대화 내용은 그 양반이 다 말했던데 내가 더 얹어놓아서 뭐하겠나. 나는 북이고 장구고 친 적이 없다.

직접 한다고 알려진 클로징 선곡도 화제다. 어떤 원칙으로 고르나
클로징 곡은 무거운 뉴스가 끝난 후 시청자들의 마음을 좀 달래드리기 위해 집어넣었다. 기준은 가능하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곡 중에 ‘아, 참 좋구나’ 할 만한 곡, 클로징에 어울리도록 편안하면서도 가끔씩은 의미를 새겨볼 만한 곡이다.

사장실에 부모님 사진이 눈에 띈다. 어떤 분들이신가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어머님은 고령이시지만 다행히 건강하시다. 아버지는 육사 출신 군인이셨고 한국 전쟁 때 무공 훈장을 두 개나 받으셨는데 그 훈장을 얼마 전에야 찾았다. 내가 이래봬도 국가 유공자 가족이다(웃음).

가족에게는 일밖에 모르는 빵점(?) 아빠일 것 같은데
낙제점도 아니고 빵점이라니, 박하다(웃음). 내가 얼마나 이 일에 몰두해야 하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이해해준다. 늘 고맙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하는 일이라 칭찬도 받지만 욕먹을 때도 있고 터무니없는 얘기를 들을 때도 있다. 나나 가족들이나 팔자려니 하고 넘어간다.

사진 찍는 걸 무척 곤혹스러워하더라. 방송인인데 왜 그리 싫어하나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직업이라고 해서 사진 촬영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오해다.

기획:조영재 기자,
취재:양성희(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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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센스

소통과 신뢰의 아이콘 손석희

단벌 신사 손석희 이미지 1

손석희(JTBC 보도 담당 사장)는 소통과 신뢰의 아이콘이다. 대중은 손석희표 뉴스에 열광한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다.

지난 4월 16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가슴을 송두리째 앗아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가 터졌다. 예기치 않은 사고라기보다 피할 수 있는 인재였기에 우리는 그날의 일을 비극이라 부른다. 많은 언론사가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모여들었고 일부 언론 매체는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더해 만든 조어)스러운’ 무리한 취재로 국민의 원성을 샀다. 그 속에서 단연 빛나는 인물이 있었다면 바로 손석희다. JTBC [뉴스 9]의 앵커이기도 한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 첫날부터 사실에 기반을 두어 보도하고 실종자 및 희생자 가족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녀를 둔 아버지의 마음으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도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지난 4월 21일 방송된 [뉴스 9]에서는 실종자 가족 대표 김중렬씨와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사전에 약속된 인터뷰였으나 생방송 직전 김씨의 딸이 시신으로 발견됐고, 김씨는 불가피하게 방송에 참여할 수 없었다. 손석희는 김씨의 사정에 대해 설명하던 도중 목이 메어 얼마 동안 카메라를 응시하지 못했고 고개 숙인 채 애꿎은 펜만 바쁘게 굴렸다.

‘손석희표 뉴스’는 기존의 것과 다르다. 외워서 하는 멘트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즉흥 멘트로 대중과 뉴스를 공유한다. 정확한 사실과 정보만을 전달해야 하는 뉴스에서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으나, 신뢰감을 느낄 수 있다는 여론이 우세다.

그는 세월호 침몰 나흘 후, 직접 팽목항으로 내려가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5일 내내 검은색 셔츠에 연한 회색 V넥 니트, 짙은 회색 재킷 등 같은 옷을 입고서 항구 한가운데 서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뉴스를 진행했다. ‘겉모습에 치중하는 방송인이기보다 진정한 언론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자녀를 애타게 기다리며 옷조차 신경 쓸 수 없는 실종자 부모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아 더욱 와 닿았다’는 것이 대중의 반응이다. 왜곡된 보도로 인터뷰를 꺼리던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이 손석희와의 인터뷰는 자진해서 응했다. 현장 진행 마지막 날, 손석희의 클로징 멘트도 화제였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현장 진행은 마무리하지만 이곳을 향한 시선을 멈추거나 돌리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

단벌 신사 손석희 이미지 2

캔 음식처럼 일률적으로 포장되어 던져지는 종합뉴스는 지양하며, 우리 뉴스가 몸에 더 좋은 음식이라고 믿고 끝까지 해보겠다.

진심은 통했다. 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뉴스 9]은 손석희표 ‘팽목항 생중계’ 이후 3%대에 이어 5%대를 기록했다. 실력이 출중하고 앵커로서 자질이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전달하는 뉴스는 신뢰감이 간다는 평이 많았다.

손석희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언론인을 꿈꾸며 교내 방송반에서 활동했다. 이후 [조선일보] 판매국에서 잠시 일하다가 1984년 MBC 아나운서 입사 시험에 응시했는데, 수석 입사를 할 정도로 준비된 인재였다. 입사 후 보도국 기자로 발령받아 기자 생활을 하다가 다시 아나운서국으로 복귀했다. 기자와 아나운서를 모두 섭렵한 사람은 대한민국 방송 사상 손석희가 최초였다.

손석희 하면 군더더기 없는 멘트와 차분한 진행이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2007년 MBC 표준FM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7주년을 기념하는 팬미팅 자리에서 “내가 한창 뉴스를 진행하던 1990년대에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나 대구 지하철 폭파 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전직 대통령 구속 등 대형 사건이 줄줄이 터져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후배 김주하 기자는 “손석희 선배의 순발력과 판단력은 배워서 체득한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급한 순간이라도 단어 몇 개만 주어지면 앵커 멘트를 단숨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손 선배다”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손석희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보도의 정직성과 중립성이다. 그는 지난해 5월 JTBC 보도부문 사장에 취임하며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인데 공정하고 균형 잡힌 언론사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도 “삼성에 대해 제대로 다룰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팩트를 놓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보도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칼럼니스트 허지웅은 손석희를 세계적인 언론인인 월터 크롱카이트에 비유하며 극찬했다. 월터 크롱카이트는 미국에서 지난 1962년부터 1981년까지 무려 19년간 CBS [저녁뉴스]를 진행한 전설적인 앵커로 바른 언론을 위해 앞장선 저널리스트다.

손석희를 표현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건 승부사라는 것. JTBC로 이직할 때만 해도 마이크를 잡는 일에서 떠나겠다고 했지만, JTBC의 시청률이 지지부진하자 “내가 책임을 져야 후배 기자들도 동의할 것이다”라며 전격 앵커 복귀를 선언했다. 좀처럼 말을 바꾸지 않는 그이기에 손석희가 던질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였다. 그는 JTBC 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나 혼자 (그 길을) 가지 않게 해달라’며 소통했다.

“치맥 즐기는 손 선배”
손석희는 “옷 사는 데 돈 쓰는 것이 가장 아깝다”고 할 정도로 검소한 사람이다. 그의 고등학교 친구인 디자이너 장광효는 한 방송에서 “손석희는 외모가 워낙 출중해 인기가 많았지만 대학교 4년 내내 똑같은 패션을 입을 만큼 검소함이 몸에 밴 친구였다”고 말했다. “손석희가 1984년 MBC에 입사한 이후에도 4벌의 슈트로 1년 넘게 돌려 입는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디자인한 옷을 선물하려 했지만 한사코 거절해 보내줄 수 없었다는 것.

‘손석희 시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저가 시계 브랜드 A사의 구형 모델로 오프라인가 2만4천5백원이다. 그는 요즘도 20년 된 옷을 입고 다닌다고 한다. 한동안은 JTBC 노동조합 조끼와 JTBC 로고가 새겨진 후드 카디건을 즐겨 입었다.

손석희는 냉철하고 강직하며 원리원칙만 따지는 사람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은 보도국 밖에서 그의 모습은 180도 다르다고 말한다. 실제로 손석희가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 JTBC 사장실은 3층 임원실에 있었지만, 손석희는 기자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이유로 부임과 동시에 사장실을 1층 보도본부로 옮겼다. 그의 널찍한 집무실 내부엔 부모님 흑백 사진과 가족사진, MBC 라디오 프로그램 [시선집중]을 끝냈을 때 팬들에게 받은 감사패가 있다고 한다.

그는 JTBC의 모든 기자에게 ‘사장’이라는 호칭 대신 ‘손 선배’로 불러달라고 했다. 후배들에게 격의 없는 선배가 되기 위해서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기자들과 미팅을 갖는데 낮에 하면 샌드위치, 밤에 하면 ‘치맥(치킨과 맥주)’을 함께해 기자들도 은근히 미팅 시간을 기다린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마냥 즐기는 회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보통 편집회의 시간은 다른 언론사보다 두세 배쯤 긴데 모두 치열하게 싸우고 토론한다. 후배인 보도총괄 겸 국장에게 회의 진행을 맡기고 기자들에게 배운다는 자세로 회의에 참석한다고 한다.

그는 올 초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얼마나 이 일에 몰두해야 하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가족들은 이해해준다. 늘 고맙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하는 일이라 칭찬도 받지만 욕먹을 때도 있고 터무니없는 얘기를 들을 때도 있다. 나나 가족들이나 팔자려니 하고 넘어간다.”

손석희는 사진 찍는 것을 무척 곤혹스러워한다. 사진 촬영 장소에 함께 온 직원들에게 “쑥스럽다, 쳐다보지 마라”라고 할 정도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직업이라고 해서 사진 촬영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오해”라고 말했다. 학창 시절 보물 1호가 ‘전축’이라고 할만큼 음악도 좋아한다. [뉴스 9]의 클로징 곡도 그가 직접 선정한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뉴스가 끝난 후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어 가능하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곡을 고른다는 것. 편안하면서도 가끔은 의미를 새겨볼 만한 곡들도 포함된다. 지금 한국인이 사랑하는 진짜 방송인, 손석희의 이야기다.

손석희의 촌철살인

 

단벌 신사 손석희 이미지 3

던지는 말 한마디 한 마디에 힘이 실렸고 유머가 깃들어 있다. 손석희표 멘트를 모았다.

“여기서 자()는 ‘놈 자 자’입니다.”
2005년 5월 13일 MBC 표준FM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일본의 아소 다로 전 총무성 장관의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희망했다”는 망언을 소개한 후 손석희는 “도대체 우리들은 언제까지 이런 자의 헛소리를 들어야 할까요? 여기서 자()는 ‘놈 자 자’입니다”라고 얘기했다.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순간이었다.

“어휴, 참. 할 말이 없네요. 마치죠.”
2007년 9월 25일 MBC 표준FM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조간 브리핑 시간에 전직 대통령들의 차가 지나갈 때 교통신호를 조작해준다는 말을 듣고 손석희는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고 “마치죠”로 마무리. 짧은 말 한 마디에서 그의 시크함을 엿볼 수 있었다.

“다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겠습니까?”
2011년 9월 5일 MBC 표준FM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당시 안철수의 시장 출마설이 돌자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철수가 나오면 영희도 나오겠다”고 비꼰 적이 있다. 이후 홍 전 대표가 [시선집중]에 출연해 손석희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손석희는 “저는 영희가 아니라서요”라고 대답했다. 이어 홍 전 대표가 “영희나 석희나 비슷한데요?”라고 너스레를 떨자, 손석희는 “다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겠습니까?”라며 당시 KBS2 예능 [개그콘서트]의 유행어를 빗댄 재치 있는 발언으로 한동안 화제가 됐다.

“저는 친구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2012년 5월 5일 MBC 표준FM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산울림’의 멤버 김창완이 “요즘에 두 살 차이 정도는 친구 먹어요”라고 말하니, 손석희가 재미있는 농담으로 화답한 말. 당시 ‘토요일에 만난 사람’이란 코너는 비교적 가벼운 형식의 토크를 하곤 했는데, 출연진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손석희가 때로는 개구쟁이(?)로 변신하기도 했다.

“연락해서 꼭 한 번 봅시다.”
2014년 4월 29일 JTBC [뉴스 9]
실종자 가족인 단원고 이동현군의 아버지가 “사진 한 장 찍고 싶은데, 아들이 마음에 걸린다. 아들을 찾으면 함께 꼭 사진 찍자”고 부탁하자 손석희가 한 말. 이후 5월 14일 그는 이군의 아버지와 누이를 초대해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이 트위터 이용자 @hwa2605를 통해 온라인에 올라오자 누리꾼들은 “손석희가 진짜 약속을 지켰네”라며 입을 모았다.

“아닙니다. 안 드리겠습니다.”
2014년 5월 12일 JTBC [뉴스 9]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에게 “개인적인 발언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그 질문은 드리지 않겠다”고 하니 정 후보가 “그렇게 하면 질문한 거나 다름없지 않느냐”고 하자 손석희는 시크하게 “아니다. 다른 질문 드리겠다”고 한 뒤 “부인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며 말한 사연.

“정몽준 후보의 팽목항 방문 때문에 팽목항을 간 겁니까?”
2014년 5월 15일 JTBC [뉴스 9]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 던진 손석희표 돌직구. 박 후보도 역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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