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유례 없는 추모열기는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인명진 목사

by 싯딤 2009. 8. 14.

“유례 없는 추모열기는 현 정부에 대한 민심”


이명박 정권 ‘ 소금역할’ 자처 인명진 목사

이명박 정부 들어 인명진 목사는 말이 많아졌다. 주요 고비 때마다 정부 여당을 향해 고언과 충언을 아끼지 않는다. 정부 여당이 하는 일을 보면서 “저러면 안 되는데”라고 느끼는 게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비판은 보통 매서운 게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는 지도자 복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고, 친박 탈당자를 입당시키는 한나라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정신나간 사람들”이라고 맹공을 퍼붓는다. 때때로 지독한 독설로 들리지만 그는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명박 정권 사람이다. 그 스스로 “이 정권이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한다. “주제넘은 줄 알지만 무한 책임을 느낀다”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2006년 10월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맡아 정권교체에 기여한 ‘원죄’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대선과 총선이 끝난 지난해 5월 윤리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한나라당과 아무 상관이 없는 목회자로 돌아왔지만 인 목사는 한나라당이 잘못하면 안타까워서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고 한다. 이런 사람이라면 정부는 특별히 모셔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번주 ‘이종탁이 만난 사람’이 인명진 목사를 찾아간 것은 이명박 정권에서 그가 차지하는 이런 독특한 존재감 때문이다. 정권의 소금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으로서 작금의 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 진단과 처방을 들어볼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끝났지만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위기는 어쩌면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일어난 지난 정부에 대한 그리움이 현 정부에 대한 미움으로 급속하게 변해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인 목사를 만난 것은 노 전 대통령 장례식을 치르기 하루전인 28일, 그가 재직하는 서울 갈릴리 교회에서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전직 대통령이 목숨을 던졌다는 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분이 나라를 위해 희생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그분 스스로 아마 이 길밖에 없다, 내 한 몸 희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나라를 위해 몸 바친 것이지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정치제도와 정치문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노 전 대통령과 경우는 다르지만 전직 대통령의 불행은 그동안에도 계속 반복되었거든요.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돼 있다보니 그 권력을 한쪽에선 어떻게든 뺏으려 하고 다른 쪽에선 기를 쓰고 뺏기지 않으려 하는 거예요. 그 와중에서 고비용 선거가 치러지고 선거가 끝나면 정치 보복적인 인사가 일어납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그랬지만 이명박 정부도 임기가 있는 기관장들을 도중에 밀어냈잖아요. 이런 것은 없어져야 합니다.”

인 목사는 노 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1970~80년대 도시산업선교회를 이끌며 노동운동을 해온 그는 87년 노동운동에 뛰어든 노무현 변호사의 강력한 ‘배후세력’이었다. 노 변호사가 대우조선 노조파업 현장을 찾아 노동자를 도와주다가 구속되었을 때 구치소로 면회가 격려하기도 했다. 1987년 6월항쟁 때는 인 목사가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대변인으로, 노 전 대통령은 상임부산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민주화 투쟁 동지인 것이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도 인 목사를 ‘선배님’이라고 불렀다.

노 전 대통령과 이런 인연이 아니어도 인 목사가 한나라당 사람이 된 것을 의아하게, 또는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는 유신시절 YH사건, 김대중 내란예비음모사건 등으로 네 차례나 감옥살이를 한 ‘골수 운동권’이다. 한나라당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이력이고 성향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에 갔을 때 적지 않은 교인·후배들이 ‘변절자’ 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에 대해 이렇게 해명한다.

“당시 한나라당이 집권 가능성이 높았는데 그 상태, 그런 윤리 수준으로 집권하면 국가적으로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의를 수락했다.”

여기에 얼마나 많은 후배와 교인이 공감하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그가 이명박 정부와 인연을 맺기 전 10년간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었다는 점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인 목사가 어떤 언행을 했나 떠올려보면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이때 그는 ‘정치적 입’을 다물고 지냈다. 그러다가 한나라당 집권을 맞자 누가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의무감·책임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검찰이 모욕주기식 수사를 했다고 비난하는 것, 일견 이해할 만합니다. 그러나 저는 검찰 탓만 아니고 더 많은 책임이 언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모욕주기가 얼마나 심했습니까. 노 전 대통령이 큰 죄나 지은 것처럼 온통 비난하지 않았나요? 그러더니 상황이 달라지니까 갑자기 돌아서서 이번엔 찬양 일색입니다. 아주 세기적인 영웅으로 미화하는 데 정신을 못차리겠어요. TV를 보면 다른 전직 대통령이 모방자살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입니다. 솔직히 말해 노무현 정권이 성공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실패했다고 국민들이 뭇매 때린 것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언론은 망자에 대한 예의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지나칩니다. 모든 걸 다 잘했다는 식 아닙니까.”
정부 책임론이 나오자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눈치다. 같은 취지의 질문을 다시 한번 던져보자.

“이 정부가 갖고 있는 문제는 이런 겁니다. 소통의 부재, 화합의 부재, 실용정신의 상실, 인사의 난맥 등. 이런 게 거의 나아지지 않았어요. 이 정권과 가까운 사람들도 도대체 말이 안 통한다, 답답하다고 합니다.”

정부가 사과할 필요는 없다는 건가요.
“어떤 맥락에서 정부 사과를 요구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상중(喪中)에 그런 말 하는 것은 성급하지 않습니까.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검찰이 없는 사실을 억지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 않나요? 그렇다고 정부가 ‘우리에게 무슨 책임이 있냐’고 얘기한다면 이 또한 국민 정서와 맞지 않습니다. 국민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국정을 일신하는 게 필요합니다. 상처를 다스릴 쇄신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추모 인파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엄청난 인파의 의미를 이 정부가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고인을 추모하는 뜻도 있지만 현 정부에 대한 불만과 실망, 울분이 겹쳐져서 분출하는 것이거든요. 이걸 ‘그 사람들은 원래 우리 반대 세력이다’ 이렇게 간주해버리면 곤란합니다. 국민들은 전 정부와 이 정부를 비교해서 생각합니다. 1년 반 살아보니 노 정부 때가 더 나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 민심을 헤아려야 합니다. 수많은 인파를 보면서 정부도 느낌이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정부가 장례식날만 빼곤 추모 기간 내내 시민들의 서울광장 이용을 막았습니다. 이걸 두고 광장 공포증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추모한다는 데 왜 막는지 모르겠어요. 울고 싶을 때는 마음대로 실컷 울게 해줘야 합니다. 그걸 정부가 억눌러서야 되겠습니까. 대범하지 못하니까 뭔가 잘못한 게 있는 모양이라고 오해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한나라당 사람들의 조문을 막은 것도 지적했다. “죽음 앞에 이념이 어디 있느냐. 조문은 누구나 모든 사람이 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보수 쪽 사람들은 왜 자살한 사람 장례 치르는 데 국민 세금을 쓰느냐 하는 식으로 반발하기도 합니다.
“모든 게 상대가 있는데 그렇게 자극하면 어떻게 될까요? 분명 적절치 않습니다. 이번 일로 국론이 분열되고 편가르기가 재연되면 나라가 어려워집니다. 큰 걱정입니다.”

인 목사는 지난해 촛불시위 때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많이 했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통치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에 져야 한다”는 등의 고언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 정부가 갖고 있는 문제는 이런 겁니다. 소통의 부재, 화합의 부재, 실용정신의 상실, 인사의 난맥 등. 이런 게 거의 나아지지 않았어요. 이 정권과 가까운 사람들도 도대체 말이 안 통한다, 답답하다고 합니다. 이들이 얘기하다 하다 지치면 나타날 결과는 두 가지입니다. 말하기를 포기하거나, 지지 대열에서 이탈해 반대파가 되는 겁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다시는 선거를 안 치를 것처럼 행동합니다. 국민 여론을 무시합니다. 국민이 천천히 가자고 하면 천천히 갈 줄도 알아야하는데 그런 프로세스가 없어요.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밟던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어요.”

충고한 것 중에 정부에서 받아들인 게 전혀 없나요.
“작년 불교 사태를 계기로 이 정부의 종교 편향이 문제가 되었잖아요. 그래서 내가 대통령이 기독교를 차라리 역차별해야 한다고 제의했는데, 그건 실현됐어요. 이후 정부에서 불교는 지원하는데 교회에 지원하는 것은 없어요. 대통령이 기독교계 인사에 전화하거나 만나는 등의 교류도 일절 없고요.”

이게 인 목사의 주관적 인상인지 아니면 객관적 근거가 있는 말인지 판단할 자료는 없다. 불교계에선 나름대로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즈음에서 화제를 나라 밖으로 돌려보자. 인 목사는 최근 몽골과 북한을 다녀왔다. 몽골 방문은 여러 번 했지만 북한은 생애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방북한 시점이 북한에서 2차 핵실험을 하기 직전이어서 느낌이 묘할 수밖에 없다.

평양 느낌이 어땠습니까.
“그전에 북한에 가게 된 배경부터 얘기할게요. 저는 원래 북한이라고 하면 근처도 안 갔습니다. 과거 노동운동할 때 트랜지스터 라디오만 가지고 있었어도 저는 간첩이 되었을 거예요. 그렇게 엮어넣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아예 담 쌓고 지냈는데 작년 5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법륜스님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이 단체를 경원시하는 것 같으니 저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눈치였어요. 아무튼 만나서 밥을 먹는데 이 분이 식사를 안 하시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물으니 굶주리는 북한 사람들 생각해서 금식 중이라는 겁니다. 그때 저는 명색이 목사인 나에게는 왜 그런 아픔이 없었나 하는 부끄러움이 들더군요. 그래서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북한까지 가게 된 겁니다. 이번 방북에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 천정배 의원과 함께 가 민간 교류의 길을 텄다고 생각했어요. 북쪽의 정덕기 민화협 부위원장에게 ‘인도적 협력에 대한 남쪽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발길 돌리자마자 핵실험을 했으니 수포로 돌아간 셈이지요.”

인 목사가 몽골에 체류 중일 때 소설가 황석영씨가 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동행하던 중 ‘몽골+2코리아’를 주창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인 목사는 당시 “소설가라고 소설을 쓰나”라며 맹비난했다. 왜 그랬을까.
“1+2, 그러니까 몽골과 남북한 연합이란 아이디어는 할 수만 있다면 하면 좋다는 생각쯤 저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아주 먼 얘기예요. 지금 입 밖에 꺼내는 것은 일종의 천기누설과 같습니다. 더구나 대통령 앞에서 경솔하게 그러면 안 되지요.”

아이디어 자체는 찬동하는 거네요.
“그렇지요. 몽골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DNA를 가졌어요. 몽골반점 있잖아요. 언어도 비슷하고요. 게다가 지하자원을 생각해보세요. 몽골에는 세계 구리의 7%가 있어요. 석탄도 많고요. 국가 간 협력하면 경제적 이득도 큽니다. 그런데 결혼은 상대가 있는 거잖아요. 우선은 연애해서 같이 살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같이 사는 습관을 길렀으면 합니다.

이 나라 사람 10만~20만 명을 이주하게 하는 겁니다. 중국 동포와 같이 비자 혜택을 주면 됩니다. 이미 몽골인 4만5000명이 우리나라에 와 있어요. 그들 인구의 1.5%나 됩니다. 다 리딩그룹이고요. 몽골에는 ‘아내의 유혹’ 같은 우리 TV 드라마가 1주일 지나면 그들 말로 더빙되어 방송됩니다. 그런데 문화원 하나 없습니다. 문화적 동질성이 없는 상태인데 국가연합 얘기부터 나오면 그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겠어요. 못 산다고 깔보나, 그러지 않겠습니까.”

민감한 주제에서 벗어나 이야기가 몽골에 미치자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넘치는 듯했다. 그의 말을 다 들으려면 몇 시간이라도 모자랄 것 같았다. 그의 몽골 구상은 정부 관계자가 충분히 듣고 검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경향신문 이종탁 출판국 기획의원><사진·김석구 기자> *
*****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일간 500만명 조문...  (0) 2009.08.14
권양숙 여사 `국민들께 감사..`  (0) 2009.08.14
`인간 노무현, 이런 사람이었다`  (0) 2009.07.29
미공개 사진(2)-  (0) 2009.07.29
미공개 사진  (0) 2009.07.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