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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삶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사랑할까요?`/이웅태 부인

by 싯딤 2009. 11. 25.

 1998년 4월 안동시 정상동 지역 택지 조성을 하던 중 산기슭에서 비석도 없는 무덤 하나가 발견되었다.

무덤은 400년 전인 조선 명종 때 사람, 고성 이씨 이웅태의 것으로 미라 형태에 가족들이 써 넣은 편지가 나왔다.

이웅태의 형 몽태가 부채에 쓴 한시, 만시輓詩(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시) 등 한문 아홉 장, 한글과 한문 혼용 석 장, 웅태의 아내가 쓴 편지

와 머리카락으로 만든 미투리가 나왔다.

 

다른 글들은 모두 심하게 상해 있었지만 아내의 편지는 거의 원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원이 아버지께’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편지는구구절절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안타까운 심정과 앞으로 살아갈 세월에 대한 막막함이 배

여 나온다.

 


^이웅태 부인의 편지와 머리카락을 잘라 한올한올 엮은 미투리

 

 원이 아버지께 

                                                                                                        이웅태 부인

당신이 늘 나에게 말하기를,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라고 하시더니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나와 어린 아이는 누가 이끌어 주며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졌던가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지 아니하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나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래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이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요?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당신 말씀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건지요. 아무려면 내 마음 같을까요? 이런 슬픈 일이 하늘아래 또 있을까요? 당신은 한갖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려면 내 마음 같이 서러울까요?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병술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아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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