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놀이
/ 1960~70년대
1960~70년대, 우리의 어릴 적 놀이에는 세모세기(놀이), 자치기, 숨기세기(놀이), 못치기, 굴렁쇠 굴리기 등이 있었다.
세모놀이는 땅에 오징어 모양의 선을 그려놓고 두 팀으로 갈라 가위바위보, 닭싸움 등으로 한 명씩 이겨 나가는 게임이다.
또, 일대일로 겨뤄, 선 안이나 밖으로 밀쳐 내 승부를 가리기도 한다.
우리는 학교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을 어귀나 뒷산에서 해 지는 줄 모르고 세모놀이를 했다.
자치기는 공격과 수비하는 편으로 나누어 어미 자로 새끼 자를 쳐서 멀리 날려 보내는 게임이다.
수비팀은 날아오는 새끼 자를 땅에 떨어지기 전에 손으로 직접 잡아 공격한 선수를 아웃시켜 보너스 점수까지 얻는다. 잡지 못하면 주워 어미 자를 향해 던져 맞추어 아웃시킨다. 못 맞추면 공격팀은 어미 자로 새끼자를 쳐서 멀리 날려 보낸다. 이 때 수비하는 편들은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잡거나 발로 되받아 차서 멀리 못가게 막는다. 멀리 보낸 거리만큼 어미자 길이로 재어 점수를 얻는다.
한 자 두 자 재는 것이 힘들어 열 자를 새끼줄로 미리 만들어 재거나 발걸음으로 대략 재기도 한다.
놀이를 하다보면 금새 시간이 지나버려 저녁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어둠이 깔려서야 아쉬워하며 끝내곤 했다.
숨기놀이는 숨바꼭질과 비슷한 놀이인데 규모가 크다.
해가 일찍 지는 겨울철, 저녁을 먹고 동네 어귀에 모여 두 편으로 갈라 한 팀은 숨고 한 팀은 찾는 놀이이다.
깜깜한 밤에 집 곡간, 울타리 뒤, 논 언덕에 찰싹 붙어 있기도 하고 탱자나무 울타리 위에 올라가 거적을 깔고 누워 숨어있기도 한다. 숨는 장소가 넓어지지 않도록 미리 숨는 구역을 한정해 놓는다.
넓은 구역 어디에 숨어 있는 지를 알 수 없기에 미리 한 두 번 정도 큰 목소리로 '소리쳐라' 부를 수 있게 정한다. 이 때 숨은 팀은 '여기 있다'며 들릴 만하게 응답해 줘야 한다. 숨은 곳을 쉽게 알아채지 못하도록 한 명이 되도록 숨은 장소와 많이 떨어진 곳으로 몰래 가서 응답해 주고 재빨리 되돌아 오는 방법으로 교란시킨다. 이 때 돌아오다 발각되면 진다.
찾는 팀도 숨어 있을 만한 곳에 미리 염탐꾼을 보내놓고 '소리 쳐라' 구호는 다른 멤버에게 먼 곳에 가서 하게 한다. 찾는 팀이 숨은 곳 가까이 다가오면, 숨을 죽이고 꿈쩍도 안한다. 그러노라면 옷을 스치거나 발 등을 밟고 지나가기도 하고, 깜깜한 곳을 무서워 들어오지 못하고 입구에서 웃기는 소리나 귀신 소리를 내 킬킬거리게 만든다.
동네 양지바른 곳에서 못치기 하던 추억도 아련하다. 못대가리를 쥔 엄지와 검지가 쓰리고 피가 날 정도로 못치기를 했다.
못을 한웅큼 따면 자랑을 해대지만, 잃고 없으면 집 안 어느 구석에 못 하나라도 박혀 있으면 몰래 빼내서 못치기를 했다. 부모님께 들키기라도 하면 저 놈 땜에 집 넘어가게 생겼다며 혼이 났다.
겨울철에는 연 날리기를 하고, 썰매, 스케이트를 탔다.
마른 대나무를 쪼개 깎아 댓살을 만들어 신문지에 붙여 가오리 연을 만들어 띄우고 귀한 한지가 있으면 참연(방패연)을 만들어 띄웠다.
당시에는 종이가 귀해서 신문지 한 장 구하기도 힘들었다. 지난 교과서나 노트를 찢어 이리저리 붙여 만들기도 했는데 무겁고 균형이 안잡혀 높이 오르지 않고 빙빙돌다 밭에 쳐박히고 또 잘 찢어졌다.
명주실에 풀을 먹인 연 실이 차츰 나일론 실로 바뀌면서 수백미터 멀리 높게 날려 띄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연실이 서로 얽히고, 연이 전봇대 전선줄, 오동나무, 플라타너스에 걸려 겨우내내 차가운 바람에 휘날렸다.
베어링 안쪽 테를 박아 팽이를 만들어 돌리던 추억도 아련히 떠오른다.
썰매는 두꺼운 철사를 구할 돈이 없어 한밤 중에 학교 화장실 창문 네루(레일)를 몰래 뜯어다 만들었다. 당시 학교 화장실이나 외진 창고의 창문 네루는 한 군데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 고향은 함박눈이 유난히 많이 내렸다. 밤새 내린 눈이 마당 장독대 위에 수북이 쌓이고, 무릎 위까지 차는 눈이 자주 내렸다. 이렇게 한번 눈이 내리면 동네 줄포방향 신작로 언덕은 썰매, 대나무 스케이트 타는 아이들로 넘쳤다.
흙 위에 내린 눈은 녹는 속도가 더디다. 소 구루마나 가끔 지나는 자동차라도 멀리서 보이게 되면 날쌘 애들은 재빨리 차 뒤를 잡고 위험스레 매달려 한참을 눈 위로 미끄러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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