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귀했던 시절
1900년대 물동이 진 아이들
6, 70년대는 마실 물이 귀했다.
우리 동네에는 물을 길어 식수로 사용하는 공동 우물이 두어군데 있었다. 집 마당에 우물을 가지고 있는 집은 잘 사는 집이었다.
집집마다 부엌에 물항아리를 두고 방앗간 동네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채워놓고 식수로 사용했다.
가뭄이 들면 우물이 바닥을 드러내 두레박에 물과 모래가 섞여 올라 왔다.
장마철에는 우물이 빗물로 가득 차 혼탁해져 식수로 사용하지 못하고 빨래물로나 사용했다.
보름 가까이 우물이 맑아지지 않으면 동네 어른들이 모여 물을 전부 퍼내고 우물 바닥을 청소했다.
여름철에는 김치가 시어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뎌지게 할려고 플라스틱 김치통을 나일론 끈에 매달아 우물 깊숙이 늘어뜨려 냉장고처럼 사용했다.
생활 형편이 나아지기 시작한 70년대 말, 옆 집 선규네 집이 집안 뒷 편에 새로 우물을 팠다.
나는 해질 무렵이면 선규네 집 양철 대문이 열려 있는지 슬그머니 확인한 뒤, 열려 있으면 서둘러 물지개를 지고 물을 길러 갔다. 세 번 정도 길러 나르면 부엌 물항아리가 찼는데, 대개 두 번 정도 나르다보면 대문이 잠겼다.
선규 아버지한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매섭게 노려보며 뭐라 쏘아 붙였다.
나보다 한 살 많은 선규 누나는 나와 중학교 동창이었는데 선규 아버지가 안계시기라도 하는 날엔 일부러 우리집 쪽 담 넘어로 조심스럽게 나를 불러 물을 길어가라고 말해 주곤 했다.
한 번은 물을 지고 오는데, 선규네 형이 어느 새 다가와 뒤 쪽에서 욕설을 퍼부으며 사정없이 밀쳐대는 바람에 자갈길 위로 자빠지면서 물을 뒤집어 쓰고, 양철통도 엎어져 찌그러졌다. 한 쪽 무릎은 깨져 피가 보였다.
아버지가 이 일을 알고 집 마당 장독대 옆에 물을 퍼 올리는 작두를 놓았다. 나는 너무 좋아 작두 샘 놓은 날짜를 시멘트 바닥에
새겨 넣었다.
30년이 흐른 어느 해 가 보니 글씨도 그대로였고 작두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아 녹이 빨갛게 슬어 있었다.
동네 뒷산에 정수장을 설치하여 집집마다 수도물이 공급되고 있었다.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