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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세계 각국 조문, 조전

by 싯딤 2009. 8. 25.

미·중·일 등 11개국 사절 참석…42개국 조전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세계 각국 조문 물결


러·영·캐·오스트레일리아쪽도 분향
미 셀던 교수, 영정에 큰절 올려 ‘눈길’

»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앞줄 맨 오른쪽),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왼쪽 셋째), 탕자쉬안 전 중국 국무위원(고노 전 의장 뒤) 등 세계 각국의 조문사절단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영결식에서 헌화·분향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김진수 기자
23일 국회에서 엄수된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영결식엔 각국의 조문사절단들도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11개국 사절단이 참석했고, 42개 국가의 정상이나 외교장관이 조전을 보내왔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과 전직 주한 미국대사들로 꾸려진 10명의 미국 조문사절단은 영결식에 나란히 참석해 헌화하고 분향했다. 빌 클린턴 정부 때인 2000년 10월 북한을 방문한 뒤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한 적이 있는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헌화를 한 뒤 두 손을 모아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1973년 김 전 대통령이 도쿄에서 납치됐을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지부장으로 있으면서 구명에 앞장섰던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도 영정 앞에 머리를 숙였다. 그는 80년 김 전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도 한국에 파견돼 신군부를 상대로 구명활동을 펼쳤던 인물이다. 94년 1차 북핵 위기 때 김 전 대통령이 제안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실질적으로 성사시키는 데 큰 몫을 했던 제임스 레이니 전 대사도 헌화했다.

»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19일 서울 광장 분향소에서 미국 코넬대학교 마크 셀던 교수가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인 와다 하루키 교수와 함께 DJ 영전 앞에서 조의를 표하면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땅바닥에 댄 뒤 머리를 숙여 큰절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연합뉴스
중국에선 탕자쉬안 전 국무위원을 비롯한 현직 외교부 고위관료 11명이 사절단으로 영결식에 참석했다. 탕 전 국무위원은 김 전 대통령 재임 때인 98년부터 2003년까지 외교부 부장을 지냈다. 그는 2004년 장쩌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과 김 전 대통령의 회담을 주선하기도 했다. 청융화 주한 대사, 후정웨 외교부 부장조리 등도 분향했다.

일본에선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과 시마다 준지 외무성 동북아과장 등이 영결식에 참석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도쿄 피랍 당시 적극적인 구명운동을 벌였던 고노 전 의장은 “정치적으로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었고, 다시 한번 연설을 듣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선 글레프 이바셴초프 주한 대사가 영결식에 참석했다. 영국은 앤드루 아도니스 교통부 장관, 캐나다는 배리 데블린 한-캐나다 의원친선협회 공동회장, 오스트레일리아는 앤서니 번 통상담당 정무차관이 사절로 왔다.

김 전 대통령 납치사건 당시 적극적인 구명운동을 폈던 일본의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와 마크 셀던 미국 코넬대 교수도 영결식에 참석했다. 장의위원이기도 한 와다 교수는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안장식에도 끝까지 참석했고, 셀던 교수는 서양인으로선 드물게 영정에 큰절을 해 눈길을 끌었다. 성연철 기자***

빌 클린턴 “평생의 친구로 생각”


이희호 여사에 위로전화…“대북문제 조언 따랐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앞둔 23일 오전 부인 이희호씨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은 좋은 때나 나쁠 때나 저를 지원해준 좋은 친구였다. 평생의 친구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 전 대통령 쪽의 최경환 비서관이 전했다. 클린턴은 이날 오전 8시 동교동 사저에 있던 이희호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저는 김 전 대통령께서 늘 하셨던 일을 발판 삼아 했을 뿐이고, 그 일을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영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지난 5월 방한 당시 김 전 대통령과 했던 만찬을 회고하며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미국의 (대북)정책을 좀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당시 만찬에서 김 전 대통령이 북한 방문을 통한 전향적인 대북문제 해결 노력 등을 조언했고, 자신은 이런 조언에 따랐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두 사람이 만찬했던 5월18일 일기에 “언제나 다정한 친구”라고 클린턴에게 우정을 표시한 뒤, “대북정책 등에 대해 논의하고, 나의 메모를 주었다. 힐러리 국무장관에 보낼 문서도 포함됐다”고 적었다.

이희호씨는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남편과 저는 클린턴 내외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으며, 용기 있는 방북을 통해 대단한 성과를 올린 것에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지난 4일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상기시킨 뒤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승근 기자**

국외 주요 언론들, 영결식·북 조문단 주요뉴스로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국외 주요 언론들 반응


AP통신 “남북관계 훈풍 신호”

» 뉴욕서도 추모제 한국전통무용가인 이송희씨가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플러싱 열린공간에서 열린‘범동포 김대중 전대통령 추모제’에서 진혼무를 추고 있다. 이 행사는 재미동포추모위원회와 한국인권연구소 욕지회가 함께 마련했다. 뉴욕/뉴시스
외국의 주요 언론들은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서거 엿새 만에 국장으로 엄숙하게 거행됐다고 전하면서, 북한 조문단의 청와대 방문 등 김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 이뤄진 남북 고위 대화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23일 <시엔엔>(CNN) 방송은 노벨상 수상자인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국회에서 수만명의 시민과 외교사절, 정치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고 전하면서, 이 대통령이 북한의 조문단으로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보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 대통령의 북한 조문단 접견과 대화 내용을 자세하게 보도하면서 “그동안 긴장을 보였던 남북관계가 따뜻해지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도 북한의 조문단 파견이 최근 북한의 긴장완화 조처 뒤에 이뤄졌다며, “이번 (조문단의) 방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쪽에 접근할 기회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회동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유엔의 제재를 받고 고립이 심화된 북한이 껍질을 벗고 나오는 징후라고 해석했다.

중국 언론들도 김 전 대통령 영결식과 이 대통령의 북한 조문단 면담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면서 특히 ‘조문외교’가 남북관계 해빙의 계기가 될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북한 조문단 일행을 면담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햇볕정책을 주도한 김 전 대통령의 서거와 북한의 조문단 파견 등으로 이어진 ‘장례외교’가 한반도에 평화의 서광을 비추게 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신문>은 북한 조문단이 김 국방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한 사실을 보도하며, ‘조문외교’가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해빙기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신문망>도 이날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한국 주요 인사와 각국 외교사절 등 2만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됐다며, 중국 정부가 탕자쉬안 전 국무위원을 대표로 하는 조문단을 파견하고, 미국이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이끄는 조문단을 파견한 사실 등 영결식 소식을 세세하게 보도했다.

지난 21일부터 북한 조문단의 움직임을 비중 있게 보도한 일본 언론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 이뤄진 남북 접촉과 북한의 조문외교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한·미·일의 북핵 대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도쿄신문>은 “한국 쪽은 국제사회가 대북 경제제재에 보조를 맞춰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런 ‘조문외교’에 내포된 의도를 경계하고 신중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정부의 대북 접근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신문은 “핵문제가 진전되지 않은 가운데 화해 무드가 선행하지 않도록 고려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이 남북이 긴장완화를 누리는 가운데 묻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가 남북관계를 진전시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듯이 그의 죽음 또한 비슷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베이징 도쿄/권태호 권태호 김도형 특파원 ***

미 언론 “DJ 죽어서도 민족통합 도와”

AP 등 ‘북 조문단 통한 남북 긴장완화’ 보도

미국 언론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죽어서도 ‘민족 통합, 국민 통합’을 이뤄냈다고 보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23일(현지시각) “김 전 대통령은 삶에서도 그러했던 것처럼 죽음으로써도 두 코리아(남북한)를 한자리에 모았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과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통해 남북한 화해를 끌어냈다”며 “(그는) 남북한 양쪽에서 존경받았다”고 말했다.

통신은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 광경, 시민들의 애도, 그리고 북한 조문단의 청와대 접견 등을 상세하게 전하면서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북한 조문단이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고조된 남북간 긴장이 완화됐을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햇볕정책을 강하게 지지하게 된 것에 큰 의미를 뒀다. 이 밖에 통신은 “대통령을 사랑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민주주의, 평화, 인권, 우리가 당신의 뜻을 이뤄내겠습니다” 등 시민들이 영결식 당일 식장과 거리에서 내걸었던 펼침막 내용도 상세히 소개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도 이날 인터넷판을 통해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을 펼쳤던 김 전 대통령의 국장이 남북화해의 새 장을 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남북간 긴장완화 기회로 삼았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조문단이 청와대 쪽에 전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초청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 감정이 쏟아지고 있으며,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을 단장으로 한 미국 조문사절단 구성을 보면 햇볕정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도 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한겨레 09.08.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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