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무더운 여름철, 논밭일을 하다가 한 대접 들이키는 텁텁한 막걸리는 전체가 살로 가는 느낌이다.
내 고향 흥덕읍내에도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이 있었다.
학교가는 길에 양조장을 지나노라면 술 배달하는 아저씨들이 짐 자전거에 술통을 몇 통씩 싣고 줄지어 배달을 나갔다. 70년대 초의 술통은 목재를 견고하게 깍아 맞춘 통이었는데, 점차 하얀 플라스틱 원통형으로 바뀌었다.
동네 가게들은 술독을 땅에 묻어두고 도매로 배달받은 술을 되로 팔았는데 아버지는 논밭에 나가는 날 아침이면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술 한 되 사서 밭으로 오라고 하셨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 앞 이발관 가게에서 술 한 되를 사들고 집에 들러 술잔과 젓가락, 고추, 김치 등 찬을 챙긴 다음, 홀짝홀짝 몇 모금 마신 뒤 줄어든 양보다 조금 적게 물을 탔다. 아버지는 한 잔 들이키고는 자식이 물을 탄 줄도 모르고 가게 주인을 나무랐다.
" 술이 싱거운 게 준기란 놈, 또 물탔구먼.."
어머니는 무더운 여름철, 쉰밥이 있으면 누룩을 넣고 발효시킨 다음 채로 걸러 사카린을 첨가한 뒤 팔팔 끓여 단술을 만들어 주었다. 동생들이랑 너무 많이 마셔 취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나이 들면서 막걸리를 즐겨 마시게 되었다.
도수가 약하기도 하지만 신맛, 단맛, 쓴맛 등 인생살이 맛 때문인 것 같다.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