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항복선언 요구했다 |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검찰 책임론은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에서도 일고 있다. 검찰 수사가 표적 수사이자 과잉 수사라는 점은 검찰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수긍한다.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어간다. | ||||||||||||
“내가 대통령 때 잘했다고 생각했다.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었고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확실한 진전이 있었다.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거대한 물줄기는 거역하지 못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되돌아갔다. 검찰·경찰·국세청·국정원 등 권력기관이 다시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후퇴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실패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노 전 대통령의 말은 무려 6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동안 참모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 참여정부 수석 비서관은 “대통령이 깊은 슬픔과 상실감에 빠져 있었다. 스스로 실패했다고 자책했다”라고 말했다. 진광현 전 청와대 행정관은 “대통령은 젊은 검사들의 양심을 믿었다. 그런데 검찰이 앞장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봉하마을 상가에는 슬픔이 깔려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분노가 터져나왔다. 대통령이 바위에서 몸을 던진 것이 이명박 정부의 정치 보복 때문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수구 언론에 대한 질책도 컸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압박한 검찰의 정치적인 수사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봉하마을에서 만난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검찰이 대통령을 너무 괴롭게 했다”라고 말했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정권을 위해 수사하는 검찰은 문제가 있다. 검찰이 사람을 엮어 넣으려고 백정 노릇을 한다”라고 비난했다. 김남수 전 청와대 비서관은 “퇴직 후 지인 회사에 취업했는데 세무조사에 검찰 조사가 이어져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친노 인사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백수가 됐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 역사상 가장 큰 선물을 준 대통령이었다. 참여정부에서 검찰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대폭 강화되었다. 정보기관을 통해 검찰을 견제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파견된 검사들도 되돌려 보냈다. 검사가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는 ‘정치 검사’의 시대는 종언을 고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검찰은 이를 권력으로부터 멀어진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검찰과 참여정부는 날카롭게 대립했다. 노 전 대통령 집권 초인 2003년 대검 중수부는 대선자금 수사에서 측근인 안희정씨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구속했다. 노 전 대통령은 큰 아픔을 겪었다. 검찰, 촛불집회 이후 총공세 펼쳐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노 대통령은 권력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정치하는 것이 법치라고 생각했다. 표적 수사·표적 사정·청탁 세무조사를 한 번도 지시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충성하겠다는 검사들이 없어서 우리가 검찰권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국민에게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검찰을 국민에게 군림한 채로 풀어준 것은 실수였다”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자 검사들이 ‘큰 정치 하실 분이 검찰과 척을 지면 안 된다’며 우회적인 협박을 계속했다”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 들어 사회적으로 중요한 국면마다 검찰이 청와대의 뜻을 받들어 설거지를 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정치 검찰’이라는 단어가 부활했다.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검찰 수뇌부 인책론이 일었다. 일부 검찰 최고위 인사는 부인까지 동원해 자리 지키기에 나섰다. 대구 출신 한 실세 정치인은 “신라호텔 행사장에 검찰 최고위급 간부 부인이 찾아와 ‘검찰이 열심히 하고 있다. 조금만 지켜봐달라’고 하는데 보기 안쓰러웠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기업가와 지인 대부분이 수사의 제물이 됐다. 김남수 전 청와대 비서관은 “친노 인사 상당수가 검찰 수사로 구속되었거나 검찰 수사 중이다. 심지어 대통령이 자주 가던 식당마저 세무조사의 표적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
수사 절차·방식 ‘문제투성이’ | ||||||
검찰 수사가 표적 수사이자 과잉 수사라는 점은 검찰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수긍한다.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 분향소에 나온 한 검사는 “대검의 검사들조차 권 여사라면 모를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 유지가 힘들다고 했다. 사돈에 8촌까지 그리고 아들을 다섯 번 부르는 수사에 대해 표적 수사 비난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검사는 “가족과 봉하마을에 문상을 다녀온 검찰 식구도 여럿 있다. 검사로서 자괴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대검 한 관계자는 “이번에 대검이 너무했다. 젊은 검사일수록 그런 정서가 많다”라고 말했다. |
대통령 죽는 나라에 평화는 없다 | ||||||
현대 역사에서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례는 많다. 대부분 그 나라의 비극적인 시대상, 건강하지 못한 정치사를 반영하고 있다. | ||||||
현직 대통령이나 퇴임한 지 얼마 안 된 대통령이 자살하는 사례는 그 나라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불안한 국가인지를 대변해준다. 현대 역사에서 국가원수가 자살한 몇몇 사례에는 모두 그 시대의 어두운 상황이 담겨 있다. |
보수 언론은 예의를 지켜라 | ||||||
한때의 최고 통치권자조차 자살로 이끄는 한국 정치권력을 문제 삼지 않고, 보수 언론 스스로 비극의 공모자임을 반성하지 않는다면, 이후 전개될 정국에서 대다수 국민이 이들에게 바랄 기대치란 정말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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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과 덕수궁 대한문 앞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하기 위한 추모 행렬이 끝이 없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시민에게 광장을 여는 데 불안해하며 경찰 병력과 버스로 틀어막는다. |
말려죽일 작정으로 덤벼든 거 아닌가 | ||||||
‘이명박 검찰’과 ‘이명박 언론’이 손을 잡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들이댄 칼날은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야비하고 날이 서 있었다. 현 정권의 실정을 가리기 위한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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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시간 뒤면 경복궁에서 고인의 영결식이 열린다. 영결식에 참가하고 난 뒤 이 글을 썼으면 좋겠지만, 언론 매체의 ‘마감’이라는 십장(什長)은 그런 개인 사정을 봐주는 법이 없다. 동트는 창가의 컴퓨터 앞에서, 한때 나를 매혹했고, 낙담시켰고, 끝내는 내 누선(淚腺)을 사납게 건드리며 나를 공황 상태로 몰아간 어떤 개인을 되돌아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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