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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강금원`치사한 방법으로 괴롭히다니...`

by 싯딤 2009. 7. 27.

강금원 “치사한 방법으로 전 대통령 괴롭히다니


법원 보석 결정…영정 앞에서 절하며 눈물 흘려
이광재·이강철·정상문 영결식까지 구속집행정지

»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26일 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상주들과 인사하며 울먹이고 있다. 김해/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하니뉴스] 강금원 “그렇게 치사한 방법으로 사람을 괴롭혀요”

26일 밤 9시가 조금 못 돼 봉하마을에 도착한 강금원(57) 창신섬유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 앞에서 절을 하며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빈소를 지키던 문재인 전 비서실장 등과 일일이 손을 잡던 그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을 보자 그를 한참 끌어안았다. 아무 말 없이 노 전 대통령 시신이 있는 마을회관에 들어간 그는 붉어진 눈으로 나와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면목이 없다. 사랑하는 우리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내가 나오길 (노 전 대통령이) 그토록 기다렸다고 하는데…”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 있냐”고 말할 땐 울음이 섞였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며 감정을 짓누르는가 싶더니 “일국의 대통령 한 분을, 그렇게 치사한 방법으로 사람을 괴롭히나. 나한테 (대통령이) 다 얘기했다. 대통령은 절대 그러지 않았다. 명예롭게 사신 분”이라며 속에 눌어붙어 있던 울분을 토해냈다.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됐던 강금원 회장은 이날 낮 대전지법 형사합의11부(위현석 부장판사)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났다. 지난 1일 뇌종양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던 그는 대전교도소를 나오자마자 곧바로 부인 등과 함께 봉하마을 빈소를 찾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나흘 만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였고, 노 전 대통령은 그런 강 회장이 지난 4월 구속되자 “모진 놈 옆에 있다 벼락을 맞았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 26일 보석으로 풀려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대전교도소를 나서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눈물을 훔치고 있다. (대전=연합)

앞서 그는 대전교소도를 나온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지난 화요일(18일 첫 공판 다음날)에 나올 줄 알았는데, 이럴 수가 없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존심이 강한 분이고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며 “내가 잘못 없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나도 잡아넣고…”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 내가 죄를 지었다면 달게 받을 것인데, 박정희 시대도 아니고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고 검찰 수사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강 회장 외에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수감된 ‘노무현 사람들’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도 이날 재판부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이들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27일 낮 12시부터 영결식이 엄수되는 29일 오후 5시까지다. 재판부 결정을 들은 이광재 의원은 “대통령은 참 불쌍하신 분”이라며 “지켜드리지도 못했는데 무슨 면목으로 조문을 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고 그의 보좌관이 전했다.

이강철 전 수석은 이날 면회 온 부인을 통해 “동지로, 친구로 지켜드리지 못해 미안할 뿐”이라고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이 전 수석은 “함부로 용서를 말하지 말자”며 “그분이 이루고자 했던 탈권위주의, 민주주의, 남북관계, 지역균형 발전은 살아 있는 자의 몫이 됐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김해/송호진, 대전/송인걸 기자

"MB 정부는 정치보복 수사 언론은 망신주기 보도하고선”


분노에 찬 봉하마을, 한나라당 조문객 차단 잇따라

"노무현 대통령 살아생전에 언론이 언제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한 적이 있나?” “현 정부가 정치보복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죽인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민심이 정부와 여당, 언론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끓고 있다. 조문을 하러 이곳을 찾은 정부 관계자와 여당 정치인들이 흥분한 주민들과 지지자들에게 가로막혀 마을 들머리에서 쫓겨나는 일이 잇따랐다. 이들은 취재하는 기자들의 멱살을 잡고 욕을 퍼붓는 등 언론에 대해서도 뿌리 깊은 불신과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한 40대 회원은 “정치검찰이 망신 주기라는 야비한 방식으로 노 전 대통령을 죽이고,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써 국민들에게 재확인시켰다”며 “우리는 이미 지도자를 잃었고,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노사모 회원도 “검찰과 언론은 생일선물로 받은 시계까지도 문제삼았는데, 이게 표적 보복수사가 아니고 뭐냐”며 “한나라당 정치인들의 조문을 절대 허락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 주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은 더욱 뿌리가 깊다. 노 전 대통령 귀향 이후 왜곡보도로 쌓인 분노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폭발했을 뿐이라는 해석이 많다. 노 전 대통령을 최종 목표로 겨눈 검찰의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본격화하자, 언론은 사실상 봉하마을을 24시간 감시하며 취재경쟁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 구속을 계기로 노 전 대통령이 칩거에 들어가자, 언론은 그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고 사저를 빙 둘러싼 채 방 안에까지 카메라 렌즈를 들이댔다. 이에 봉하마을 주민들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에 농기구를 쌓아 취재를 막았고, 마을 곳곳에 정치권과 검찰, 언론을 싸잡아 비난하는 펼침막을 내걸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뒤에는 일부 주민과 노사모 회원들이 “조선·중앙·동아 기자들을 색출하겠다”며 신분증을 검사하는가 하면, 기자들과 여러 차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봉하마을 광장 앞에 있는 노사모 자원봉사지원센터는 지금도 기자들의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한 주민은 “언론이 대통령을 죽여 놓고 이제 와서 대서특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언론이 또다시 그분의 숭고한 죽음을 왜곡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보수언론들의 취재를 막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사모 회원은 “어떤 언론은 얼마 전 숨진 탤런트 여운계씨에 대해서는 ‘타계’라고 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사망’이라고 표현했다”며 “악의적 보도를 하는 언론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노사모 회원(42)은 “현재 봉하마을 안에는 격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일부 노사모 회원들도 있지만, 대다수 회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해/최상원 김광수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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