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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선비 글

`올바른 다스림`

by 싯딤 2008. 12. 10.

*** 이 글의 원제는 <임관정요>에 실려있는 <시조위정편>이다. ***

 

올바른 다스림

 

 

안정복 (1712~1791)

 

<안정복이 고려사를 연구하고 집필한 책>

 

 

 

안정복

국가가 흥하고 망하는 것은 백성이 잘 살고 못사는 데 달려 있으며, 백성이 잘살고 못사는 것은 다스리는 자들이 어질고 어질지 못한 데에 달려 있다. 그런데 정치하는 자들이 어찌 습속만을 따르고 순량循良의 정치를 생각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순’이란 법도를 따를 뿐 기이함을 숭상하지 않는 것을 말하며, ‘양’이란 어질고 정직하며, 번거롭고 까다로운 것을 일삼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를 함에 있어서 이 두 글자의 뜻을 안다면 이미 얻은 바가 많을 것이다.

물을 다스리는 자는 이를 끌어들여 평평하게 하고, 사람을 잘 교화하는 자는 이를 어루만져서 안정되도록 한다. 물이 평평하니 제방이 무너질 염려가 없으며 백성이 안정을 얻으니 법을 범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풍속을 개량시키게 하고 백성이 가르침을 좇아 의리를 따르도록 하는 것은 순량의 정치에서 오는 것이다.

충성, 공정, 청렴, 근면, 근신 이  5가지는 관직에 나가 있는 자가 지녀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공직자가 충성스러우니 나라를 저버리는 일이 없고, 공정하니 사사로운 감정에 따르는 일이 없다. 또한 청렴하므로 마음이 편안하고, 근면하니 일을 분명하게 밝혀 처리할 수 있으며, 근신하므로 몸가짐과 일처리가 조금도 망령되지 아니한다.

 

무릇 정치할 때는 세속의 사정을 알아야 하는데 세속에는 세 종류의 무리가 있다. 세리勢吏, 능리能吏, 탐리貪吏가 그것이다.

세리는 세도와 권력을 믿고 모든 일을 자기 주장대로 하니 감사하는 자가 입을 다물고 자취를 감춘다. 그러므로 마음대로 부세를 면해주고 요역을 막아주는 등 백성에게 선심을 씀으로써 혹 능란하다는 명예를 얻는다.

능리는 권세있는 자와 임금의 총애를 받는 자를 잘 섬기고 재능을 자랑하고 없는 것도 있게 만든다. 동쪽에 있는 것을 헐어다가 서쪽의 것을 막는 것과 같은 수단을 잘 부려서 한결 칭찬받는 것만을 바란다.

탐리는 교묘하게 명목을 만들어서 갖가지 방법으로 백성을 침탈하고 자기에게 이익되는 일에만 전념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세리가 되어서는 안되고, 능리가 되어서도 안되며, 탐리는 차마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선비의 소리를 엿듣다'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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