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이를 만난 그 해 가을, 어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쇠태해지셨다.
어머님이 입원한 지 2개월여 지난, 어느 가을 날 늦은 오후, 교내 방송에서 어머님이 계신 병원으로 가보라는 멘트가 있었다는 얘길 듣고 급히 부평 연합병원으로 향했다.
병실을 찾아 가늘어진 어머니 손을 감싸니, 나를 알아보고 주루룩 한 줄기 눈물을 흘리셨다.
우리 가족은 집으로 모시기로 했다. 그날 밤, 자정을 10여분 남기고 어머님은 눈을 감으셨다. 평생 고생만 하시고 효도 한 번 못받아 보신 어머님..
네비게이토 동아리 학우들이 3일 동안 함께 해 주었다. 숙이도 이틀간 설겆이 등 궂은 일을 거들어 주었다
어머님이 떠나신 후, 해마다 추석이 가까워지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어머님이 떠난 후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창고를 개조하여 방을 들인 아랫방에서 나는 종일 우울한 노래를 들었다. mp3가 없던 시절이라, 테이프가 늘어지면 같은 테이프를 다시 구입해서 들었다. 늦은 밤엔 심야 음악프로를 듣다가 잠이 들었다.
강의가 없는 시간에는 텅 빈 강의실, 넓은 시청각실, 야구장 콘크리트 계단에 홀로 앉아 책을 넘기며 사색에 잠겼다.
그렇게 복학 후, 2학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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