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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이야기

아내를 만나다

by 싯딤 2016. 12. 25.

 

1989년, 남산식물원에서

 1989년 4학년 2학기, 졸업을 앞 둔 늦가을 어느날..

오후 강의 휴강으로 집에 일찍 돌아와 골방에 누워 상념에 빠져 있는데 동생이 방문을 두드렸다.

앳된 미 소녀가 신앙계에 실린 내 글을 보고 몇 번 글을 보냈지만 무소식이자 찾아 왔다고 했다.

우리 집은 옛날 기와집의 허름한 주택이라 커피 한 잔 마실 분위기가 아니라서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부평역으로 나갔다. 우리는 부평역이 보이는 3층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아내의 첫 인상은 천사같았다. 예쁘고 곱고 가냘펐다. 어느 부잣집 외동딸이 세상 물정 모르고 훌쩍 집을 나온 느낌이었다.  전남 광주에서 지리도 모른 채 고속버스를 타고 무작정 올라왔다고 했다. 인천 숭의동 터미널에서 계산동까지 오는 길도 만만치 않은데 찾는데 힘들었을 걸 생각하니 미안했다.

계산동에 도착해선 동사무소에 가 지리를 물었다고 한다. 집근처에선 아버지가 자주가는 복덕방에 물으니 우리집을 알려 줬다고 한다

늦은 시각이라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영등포로 갔다. 밤 11시, 열차표를 구입했다. 광주엔 5시경 도착하는 열차였다.

이게 인연이 되어 우리는 1년여를 사귄 이듬해 11월 가정을 이루었다.

신혼여행은 신혼열차 패키지인 경주-제주로의 여행이었는데 아내가 애가 들어선 지 3개월이 되어 멀미가 가장 심한 때라서 부산에서 내렸다.

해운대 이스턴 호텔에서의 첫 날 밤.. 아내는 멀미로 밤새도록 구토를 했다.

다음날 아침, 아내가 좀 나아져 호텔 앞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찍고는 열차 편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이게 우리의 신혼여행이었다.

멀미로 눈이 휑해진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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